공지사항
주위에 보면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획기적인 영어학습비법을 찾아 헤매는 분들을 많이 봅니다. 거두 절미하고 영어학습에는 그런 비법이 없습니다. 책 한 권으로 영문법이 끝난다든가, 한 달 만에 귀가 뚫리는 비결, 갑자기 본토발음이 나온다든가, 그런 광고로 학습자들을 유혹하는 건 혹세무민, 사기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영어 어떻게 하냐?”, “영화 봐도 안 들린다.”, “문법 다시 해야 하느냐!” 이런 방법론적 질문만 하는 분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영어 무지 싫어한다는 거죠. 어쩔 수 없이 필요해서 하면 힘만 들고 쉽게 영어가 늘지 않습니다. 싫으면 하지 않으면 됩니다. 정말 싫어하면 시간 낭비, 돈 낭비입니다. 좋아해야 없는 시간 쪼개가며 공부하게 되고 실력도 쑥쑥 늡니다.
영화가 좋아 쉬는 날 24시간 영화만 보는 사람이 있고, 며칠 밤 새가며 드라마 한 시즌 끝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영어공부 하시면 됩니다. 영화와 사랑에 빠지듯 더불어 영어와도 사랑에 빠지면 됩니다.
다행히도 영화나 드라마는 살아있는 영어를 익힐 수 있는 최고의 교재입니다. 대본으로 공부하기 전에, 우선 영화를 잘 선정하셔야 합니다. 아직 대본을 통한 영어공부가 습관화 되지 않은 분이라면 재미있고 자기가 좋아할 수 있는 영화가 좋습니다. 이때는 대사가 적어도 대본공부에 재미를 붙일 수 있는 게 중요하겠죠. 대본 공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대사가 풍부한 영화에 도전합니다. 잔잔한 일상이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류가 학습자에게 유용한 표현이 많아 좋습니다. 특정 직업과 관련된 표현을 배우고 싶다면 그 부류 영화나 드라마를 집중 공략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기초가 부족하면 영화대본은 상당히 어려운 교재가 될 수 있습니다. 중3 정도의 문법, 리딩 실력은 돼야 덜 고통스럽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학습방법을 알아 보겠습니다.
1. 공부하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가 정해졌다면 구체적인 학습 분량을 정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자기 능력에 맞게 실천 가능한 양을 정해야겠죠. 과거 제가 온라인 영화해설강의 때 영화 한 편을 6주 내지 8주에 공부했습니다. 사실 버거워 하시는 분이 꽤 있었습니다. 힘드신 분은 10주~12주로 잡는 것도 괜찮습니다. 드라마는 한 에피소드당 5~6주면 만만합니다. 한 주 분량이 나오면 주중에 며칠을 공부 할 수 있느냐에 따라 하루 분량이 나오겠죠.
2. 본격적인 공부에 들어가기 전 그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은 당연히 필수겠죠. 이때는 본인 실력에 따라 한글자막, 영어자막을 선택해 보시면 됩니다. 처음부터 자막 없이 보겠다는 건 개가 짖는 소리를 듣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다고 덤비는 것처럼 무모합니다. 우린 지금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인 영어를 공부하는 겁니다. 모국어는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모국어 소리에 노출되고 나서 입으로 뱉게 되고, 문자로 다시 익혀 완성된 겁니다. 이렇게 모국어가 머리 속에 굳어진 상태에서, 영어를 듣는 순간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개 짖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거죠. 그러니 외국어는 문자로 먼저 접근하고 그 다음 무한 반복청취/반복스피킹을 통해 완성하는 겁니다.
3. 영화를 다 보셨으면 하루 분량의 내용을 다시 보고 대본 해석을 합니다. 단순 해석이 아니라 문화 및 배경지식까지 인터넷 찾아가며 공부합니다. 그래도 이해가 안가거나 해석이 어려운 내용은 주위 전문가나 원어민에게 도움을 받아서라도 반드시 확실히 알고 넘어가야 합니다.
4. 이렇게 완벽해석을 한 분량을 다시 자막 없이 봅니다. 조금 대사가 들려온다고 느껴집니다. 이때 반복 청취하면서 익숙해진 대사부터 소리내지 말고 배우를 따라 말해 보기(mouthing)도 합니다. 문장을 쪼개서 듣고 멈추고 바로 따라 하는 방법(shadow speaking)도 병행합니다. 이게 힘들면 대본을 소리 내서 수십 번 먼저 읽어보고 다시 시도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어느 순간 배우의 입과 싱크로율이 거의 맞아 떨어지는 기쁨을 누리시게 됩니다.
5. 반복청취/스피킹을 하고 그 분량을 다시 봅니다. 대사가 훨씬 자연스럽게 들리게 됩니다. 이제는 장면을 보면 대사가 떠오를 때까지 반복 감상합니다. 이제 배우를 따라 연기도 해봅니다(imitating). 이렇게 하면 비슷한 상황에서 툭 치면 나오는 세뇌된 표현들이 쌓이게 됩니다.
6. 다음 분량 공부 시 그 전 분량 복습은 필수입니다. 한 주 분량은 또 다음 주 분량 시작하기 전 전체적으로 다 복습합니다. 이런 식으로 전체 분량을 마친 영화는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에 다시 감상합니다. 역시 잘 안 들리는 대사가 있다면 그 부분을 같은 방법으로 다시 반복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어느 순간 영화대사가 우리말처럼 들립니다. 영어를 듣고 머리 속에서 해석하는 과정이 사라지게 된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영어를 영어로만 받아들여라’ 라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이건 영어 잘하는 분들이 너무나 무성의하게 하는 공염불일 뿐입니다. 이 과정을 반복해야만이 비로소 영어가 영어로만 들리게 됩니다.
자, 영어와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되셨나요? 모쪼록 여러분의 영어공부가 너무 좋아 죽고 못 살아서 하는 일이 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